인천항만공사 사건에서 보는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문제
- 작성일2023/09/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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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사퇴근연구소입니다.
최근 인천항만공사 사장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실형을 받아 법정구속되었습니다.
산업안전보건법으로 원청 대표이사가 법정구속을 당한 것이 이례적인 경우였는데, 유무죄를 가른 건 대표이사가 '도급인'인지 '건설공사 발주자'인지 여부였습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도급인은 관계수급인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부담하는 반면, 건설공사발주자는 그러한 의무를 부담하지 않습니다. 만약 기업이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발주자가 되는 것이지만, 건설공사 기간 동안 해당 공사 또는 시설 · 장비 · 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 운영 관리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도급인으로서 책임을 부담합니다.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의 구분에 대하여 대법원 판단이 나오지는 않았으나 2021년 울산지방법원이 대표적으로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검사 측 항소가 기각되면서 대법원 판단은 받지 못하였음)
울산지법 판결 이후 지난해 8월 선고된 중부발전 사건, 올해 3월 선고된 한국농어촌공사 사건에서도 이와 같은 기준이 적용되었으며, 이 두 사건은 항소심 진행 중에 있습니다.
2. 주요 쟁점 - "당해 공사가 사업에의 핵심적인 사업인가?"
앞서 말씀드린 울산지방법원 판결은 "실제로 시공을 주도하고 총괄, 관리하는지 여부"가 아니라 "규범적으로 총괄, 관리해야하는 지위에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건설공사발주자와 도급인을 구분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인천항만공사 판결은 상기 울산지법의 전제를 받아들여서 '규범적인 측면'에서 도급인인지 건설공사발주자인지를 구분하면서도, 한발 더 나아가 '당해 공사'가 인천항만공사의 핵심적 사업인지 여부를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울산지방법원 2021고단1782 판결에서 문제된 공사가 공장동 지붕 및 벽체의 일부 보수 공사에 불구하여 회사의 사업수행에 필수적인 시설의 공사가 아니라는 등의 이유로 피고 회사를 "건설공사발주자"판단한 것과 다르게, 본 사건에서는 사고가 발생한 공사가 인천항만공사의 핵심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도급인"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 사업의 성격 및 내용
갑문은 인천항만공사의 필수적인 사업 시설로서 해당 갑문을 유지, 보수하는 업무는 인천항만공사의 핵심적, 본질적 사업인 점
- 장소 관리 주체 및 정기성, 상시성
이 사건 재해가 인천항만공사가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에서 발생하였으며, 인천항만공사는 해당 갑문을 비롯한 갑문 8개에 대하여 정기적으로 보수 공사를 실시하는 점
- 관련 부서 등 조직
인천항만공사에 갑문 보수 공사로 인한 재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하여 재난안전실과 갑문관리실, 갑문 설비팀 및 운영팀이 조직되어 있는 점
- 관련 인력 및 예산
인천항만공사의 갑문관리실은 직원 32명, 관제팀에만도 19명이 근무하고 있고, 2019년 안전예산이 약 230억원, 2020년 갑문 정기보수공사 예산이 약 60억원에 달하여 상근 직원이 10명 내외 인 수급업체와는 인력, 자산 및 예산규모 면에서 인천항만 공사가 월등히 우위에 있는 점
3. 결어
인천지법은 인천항만공사가 도급인이라는 판단의 근거로서 "핵심적인 사업인지 여부"를 제시하고 관련 부서, 인력, 예산 등 사정을 고려하였습니다. 이러한 판결에 대하여 대규모 조직이나 공공기관의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인력, 예산이 세밀하게 구성되어 있을 수 밖에 없으므로 일률적으로 도급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비판 또한 존재합니다.
현재까지 도급인과 건설공사발주자를 명확히 판단하는 법리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임을 고려할 때, 중부발전 사건, 한국농어촌공사 사건, 인천항만공사 사건(항소되었음) 등에 대한 항소심이 진행됨에 따라 차츰 그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