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지방법원 제1형사부 판결
* 사 건 : 2014노218 산업안전보건법위반
* 피 고 인 : A , 아파트 관리소장
* 항 소 인 : 피고인
* 검 사 : 김정훈(기소), 박영상(공판)
* 변 호 인 : 공익법무관 홍상현(국선)
* 원심판결 : 울산지방법원 2014.2.18. 선고 2013고정1180 판결
* 판결선고 : 2014.08.22.
【주 문】원심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
【이 유】1. 항소이유의 요지(법리오해)
이 사건 근로자 B가 상해를 입은 장소인 아파트 지하주차장 내부 자체는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 및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라 볼 수 없고, B가 높이 1.5m의 A형 사다리 위에 올라갔더라도 이것 역시 위 규정에서 말하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라 할 수 없으므로, 이와 달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법리오해의 위법이 있다.
2. 판 단
가.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
피고인은 울산 남구 성남동 ○○○ 소재 D아파트의 위탁관리업을 하면서 주식회사 C의 현장소장으로서 소속 근로자의 안전보건을 위하여 행위하는 행위자이다. 피고인은 2012.7.9. 17:00경 위 D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근로자 B로 하여금 높이 1.5m A형 알루미늄 사다리 위에서 급수 배관밸브 개방 작업을 하게 하였다.
사업주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 등에서 작업을 할 때에는 근로자가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경우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는 등 추락방지를 위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이와 같이 안전조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여 근로자 B가 발이 미끄러지면서 높이 1.5m 바닥으로 추락하게 하여 12주 이상의 치료를 요하는 오른쪽 비골 골절 및 팔목 골절상 등의 상해를 입게 하였다.
나. 원심의 판단
원심은 그 거시 증거들을 종합하여 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다. 당심의 판단
1) 이 사건에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은 “사업주는 작업 중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 토사·구축물 등이 붕괴할 우려가 있는 장소,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장소, 그 밖에 작업 시 천재지변으로 인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장소에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법률의 위임을 받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작업발판의 끝·개구부(開口部) 등을 제외한다] 등에서 사업주가 취하여야 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관하여 ‘비계의 조립 및 안전방망의 설치’ 등을 규정하는바, 같은 규칙 제42조제2항 각 호는 안전방망의 설치기준 등을, 같은 규칙 제54조 이하는 비계의 종류·구조·설치기준 등을 규율하고 있다.
위 규정에 의하면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기 곤란한 경우 안전방망을 설치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안전방망의 설치위치에 대하여 작업면으로 부터 망의 설치지점까지의 수직거리는 10m를 초과하지 않아야 하는 점(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제2항제1호) 및 산업안전보건법 제27조, 제23조 등에 의하여 제정된 고용노동부고시인 ‘가설공사 표준안전 작업지침’에서는 비계작업, 가설통로, 가설도로를 설치·관리할 때 그 재료와 작업상의 안전에 관하여, ‘추락재해방지표준안전작업지침’에서는 추락 재해방지를 위하여 사용되는 방망, 안전대, 지지로우프, 표준안전난간의 설치 및 관리에 관하여 각 지침을 규정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보건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의 위임을 받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가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로 상정하여 사업주에게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방망을 설치할 의무 등을 인정하는 것은 건축 또는 건설공사의 고층 작업 등을 의미하고, 적어도 이 사건처럼 이동식사다리 등을 이용하여 작업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된다.
만약 이동식 사다리 등을 이용하여 작업하기만 하면 아무리 평탄한 바닥이라 할지라도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2조가 규정하는 ‘근로자가 추락하거나 넘어질 위험이 있는 장소’로 보아 비계를 조립하는 등의 방법으로 작업발판을 설치하거나 안전방망을 설치할 의무 등을 인정한다면, 계단이나 탁자 위처럼 상당히 낮은 높이에서 행하여지는 간단한 작업 등의 경우에도 사업주는 표준·규격 등이 엄격하게 규정된 비계를 조립하거나 안전방망을 설치해야 한다 할 것인데, 그것은 사업주에게 지나치게 높은 수준의 의무이행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이고, 이를 전제로 하여 사업주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형벌을 부과하게 되면 이는 형사책임의 원칙에 부합하지 아니한다고 보여진다. 또한, 근로자의 피해 회복을 위한 조건으로 사업주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2) 그 외 피고인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 위반이 인정되는지 여부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근거하여 피고인의 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는 없더라도,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에 따라 근로자가 작업 중 추락할 위험이 있는 장소에서는 그 위험을 방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조치를 이행할 의무가 있으므로, 구체적으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였는지 여부를 본다.
원심 및 당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각 사정, 즉 ① 피고인은 D아파트에서 전 직원에 대하여 보호구 안전수칙, 사다리 작업 안전수칙 등을 주지시키고 서약서를 작성받으며 안전교육일지를 작성하였는데, 위 안전수칙과 서약서 등은 안전모, 안전대, 안전화 등의 안전보호구를 착용할 것을 다짐하고, 사다리를 이용할 때에는 반드시 안전모, 안전화 등의 보호구를 착용하고 2인 1조로 작업해야 한다는 내용인 점, ② 고용노동부 및 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에서 발간한 ‘안전보건지킴이 보수교육 교재 서비스업’ 등의 책자 기재에 의하면, 사다리를 이용한 작업 시 추락 사고의 예방대책으로 사다리는 파손되지 않은 견고한 것을 사용하고 작업자는 안전모를 착용하며 2인 1조로 작업할 것 및 작업자의 확실한 신체밀착 등을 제시하고 있는 점, ③ 고용노동부 및 산업재해예방 안전보건공단에서 발간한 ‘중대재해 사례집 건물관리업’은 누수방지 천장 난방밸브 작업 중 사다리에서 떨어져 지면에 머리를 부딪친 사례를 싣고 있는데, 그 예방대책으로는 역시 안전 사다리사용, 근로자 작업 시 안전모·안전화 착용, 2인 1조 작업 시행을 제시하고 있는바, 위 사례는 이 사건과 상당히 유사한 점, ④ 근로자 B의 사고 당시 사다리의 미끄럼 방지 등을 위하여 피고인이 B와 2인 1조로 작업조가 되어 직접 사다리를 붙잡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건물관리업 종사자로서 피고인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3조제3항이 규정하는 근로자의 추락 위험 방지를 위한 필요한 조치를 성실히 이행하였다고 봄이 타당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그 의무 위반을 전제로 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
라. 소결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여야 함에도 이에 대하여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인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변론을 거쳐 다시 다음과 같이 판결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의 요지는 위 제2의 가.항 기재와 같은바, 이는 위 제2의 다.항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재판장 판사 김원수
판사 진정화
판사 김은영